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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O.

기획: 정찬용

THEO는 2022년 8월 19일부터 9월 16일까지 기획 단체전 『Yes, My 로드 <Lord, Load, Road>』를 개최합니다. ​

전시명 ‘Yes, My 로드’에서 표기된 ‘로드’는 한글로 표기된 외래어이지만 역으로 한글을 외래어로 표기할 경우 가능한 3가지 표기와 해석을 본 전시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1.  LORD

‘주님’으로 번역될 수도, ‘영주’ 등의 높은 계급으로 번역될 수도 있다. 이는 종교의 ‘우상’으로 해석될 수도, 미술계를 하나의 (종교계와 같은) 계급체계라고 가정하였을 때, 높은 계급이나 우상화가 진행된 누군가를 상징할 수도 있다. 본 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종교적 서사에 영향을 받은 세 작가가 참여하므로 이에 직결되거나 은유하는 서사의 성격을 갖는다.

2. LOAD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불러오기’로 해석되지만, 본래의 의미는 ‘쌓다, 적재하다.’ 이며, 본 전시는 ‘축적된’ 작가와 작품의 서사에 대해 ‘불러오기’하여 살펴보는 메타 리뷰의 성격을 갖는다.

3. ROAD

‘(어떤 것을 달성하는) 길’로 해석된다. 종교인이 되기 위한 수행과정으로 해석될 수도,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본 전시는 작가의 수행과정에 있어 하나의 단편적 서사가 되겠지만 이미 본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에 그동안의 서사가 담겨 있으므로, 다층적인 서사구조를 갖게 된다. 또한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유추해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길’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번역을 통해 발생하는 의역이나 오류 역시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보고 본 기준점에 포함한다.

이윤희(b. 1986)는 도자 조각의 형식으로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보편적인 서사를 구성하는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상징성과 표현양식으로 발현되는 상상의 이미지 혹은 연계되는 서사의 장면이 구성된다. 서양의 종교/신화적 모티브의 집대성이자 시초인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하지만 ‘피안의 밤’과 같은 명명이나 곳곳에 드러나는 동양의 전통적인 표현이나 양식들이 혼재되는 지점이 매우 흥미로우며, 이를 통해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세계관이나 서사가 단순히 ‘신곡’의 서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작가 본인 고유의 서사를 형성함과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서사에 대한 상상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신곡 역시, 지옥-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여정의 대서사를 다루고 있으므로, 작가의 서사가 쌓아나가고 있는 다층의 레이어를 다양한 이미지의 조각-혹은 실제 조각-들로 새로운 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자체가 작가 세계관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그림(b. 1987)은 전통 불화의 방식으로 퀴어를 포함한 다양한 동시대 서사를 다루고 있다. 2018년 자기혐오에서 발현된 일종의 동경으로 SNS 인플루언서에 대한 나르시시즘을 연구했던 연작 ‘화랑도(花郞徒)’를 시작으로, 작가 본인에게 부여된 다양한 소수자성을 내포하는 작업을 주로 해오고 있다. 불교 서사와 개인/사회적 서사를 결합하거나 또는 분해/재조합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동시대의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불교의 ‘심우도(尋牛圖)‘ 설화를 모티브로 자전적인 서사와 결합하여 진행 중인 ‘심호도(尋虎圖)’ 시리즈를 비롯하여 동시대에 통용되는 서사와 이미지를 전통적인 표현형식과 결합한 ‘Holy Things’, 이분법적 서사/인물의 반전을 탐구하는 ‘흑화현(黑化現)‘ 시리즈 등 다양한 서사를 통해 개인/사회적으로 다양한 ‘극복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승완(b. 1992)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 이야기의 서사구조를 모방하여 사건을 재구성한 후, 재현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표현, 동시대의 서사로 담화화를 모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위의 작업구조는 결국 끝없이 반복되는 순환구조를 그리고 있으며, 작가의 세계관과 함께 순환구조가 확장되는 특성을 보인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된 이야기 중에는 신화나 설화, 성경의 내용 등을 포함한 방대한 서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야기의 원전과 함께 다양한. 전유를 통해 확장/변형된 서사, 혹은 작가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여 형성한 서사를 통해 다양한 시대적 이미지로 읽힐 수 있는 화면을 구성하고, 화면을 통해 읽히는 서사는 결국 동시대적 사회맥락과 함께 또 다른 가상/상상의 서사와 결합하여 향유자로 하여금 다양한 번역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오류가 생성되고, 이 오류들은 새로운 시사점과 함께 본질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무엇보다 시각적 이미지가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동시에 다양한 매체에서 ‘더 이상 글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표현과 함께 문해력에 관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내고 있다. 먼 과거로 돌아가 문맹률이 높았던 시기에 종교/우상/영적 미술이 지녔던 의미와 역할,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동시대의 출품작들이 지닌/지닐 수 있는 의미와 역할에 대한 탐구와 함께 과거와 현재(혹은 미래)의 조건을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설정하였을 때, 새롭게 형성되는 서사에 대한 가능성을 통해 ‘역사를 통해 동시대를 조망하고, 역으로 동시대의 시각으로 역사를 되돌아보는 탐구의 자세’를 전제조건으로 1)각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 2)참여작가(작품)간의 관계 3)참여작가(작품)와 본 전시와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탐구 결과를 도출하고, 단편/파편적인 시각이미지만이 트렌디하게 소비되는 최근의 전시 경향을 극복하는 시도와 동시에 이를 역이용하여 이미지만으로 다양한 해석과 능동적인 감상이 가능한 전시의 형태를 탐구/시도해보고자 한다.

정찬용 (THEO Assistan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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